나혜석의 여성적 글쓰기 연구

Abstract

본 연구는 페미니즘 문학비평에서 나온 여성적 글쓰기 중심으로 나혜석의 문학을 고찰하였다. 서구이론인 페미니즘 비평을 원용하여, 연구대상은 나혜석의 ‘여성적 글쓰기’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삼았다. 나혜석은 여성해방에 대한 자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글쓰기 방식을 실천했으며, 소설뿐만 아니라 비평적 에세이를 통해 여성의 경험을 글로 다양한 양식으로 표현하였다. 그녀의 여성적 글쓰기는 일차적으로 여성 독자를 향한 것이며, 여성의 고유한 경험을 공론화하고 공유함으로써 여성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자는 데 의의가 있다. 나아가서는 여성의 주체성 주장, 남녀차별 비판, 모성체험의 허구성 비판, 이혼체험의 남성중심성 비판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나혜석의 여성적 글쓰기는 여권론적 글쓰기, 자전적 글쓰기, 몸으로 글쓰기, 고백적 글쓰기로 나누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여권론적 글쓰기는 근대적 여권의식을 주장하는 최초의 논설인 「이상적 부인」에서 잘 드러내고 있다. 이 논설은 근대적인 자유 여성해방론을 중심으로 자의식을 체계화하고 계몽해야 한다는 남녀평등을 주장한대사회적 발언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나혜석은 사회적 주체성을 강조하면서 여성도 지식과 지예를 통해 실력을 쌓아야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근대적 남성중심적인 신여성 비난담론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지식획득과 사회적 활동을 기반으로 ‘사람’으로서 새로운 여성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했던 것이다. 둘째, 자전적 글쓰기는 여성해방사상을 주제로 한 「경희」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작품은 동경유학의 자전적 체험과 결혼주체로서의 자각 및 근대적 개인 주체성이 구성된 자전적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된 소설로 두 가지의 스토리라인(story-line)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구시대적 인습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주인공 경희가 부지런히 집안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교육 받은 신여성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되는 이야기 구성이다. 다른 하나는 경희가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완고한 아버지의 결혼 강요에 부딪혀 내적 갈등을 겪다가, 그 갈등을 해소하고 여성으로서의 자각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 구성이다. 따라서 「경희」는 교육을 받는 것이 결혼보다 선결과제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 소설로서 나혜석의 자전적 경험을 반영한 작품이다. 셋째, 몸으로 글쓰기는 「모된 감상기」에서 여성 고유의 육체적 경험을 여성 독자를 향해 토로하는 ‘몸으로 글쓰기’라는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를 낳을 때 여성이 겪는 고통이 엄청나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려진 것이었으나 그동안 문자(文字)를 통해 공적으로 표현된 것은 모두 남성들에 의해 추상적 혹은 비현실적으로 묘사된 것뿐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나혜석은 고통에 대한 직접 체험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녀는 모성에 대한 통념을 허구성이라 주장하였다. 모성은 모든 여성에게 태어날 때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교육되는 관념이며, 자식을 기르는 동안에 갖게 된 정(情)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 글에서 출산의 고통이 여성 자신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표현되었으며, 천부적 ‘모성’이 가능한가에 대해 비판적으로 쓰고 있다. 넷째, 고백적 글쓰기는 「이혼 고백서」에서 남편인 김우영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녀가 남편과 만나 결혼하기까지의 과정, 결혼생활, 이혼과정, 그리고 이혼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최린과의 만남에 대해 상세하게 적고 있다. 이 글에서 나혜석은 자신의 이혼경험을 고백함으로써 여성에게만 정조를 강요하는 남성 중심적 사회의 편협함을 비판하였다. 그녀는 정조와 도덕적 구속으로부터 섹슈얼리티를 해방시킴으로써 개인의 해방을 성취하려 했다. 나혜석의 여성적 글쓰기는 문학적인 문체나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이 당면한 억압에 저항하고 해방을 추구해나가는 전략으로 보아야 한다. 관습화된 통념에 도전하는 나혜석의 혁명적인 발언은 기존 사회의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나혜석이 쓴 글은 여성 고유의 경험을 공적 담론으로 상승시키는 ‘여성적 글쓰기’였으며,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이 받는 성차별과 성적 억압의 경험들에 대한 폭로의 글쓰기였다. 여성적 글쓰기는 여성의 언어적 소외를 극복하고 공적?사적 자아의 분열을 뛰어넘을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설명을 듣고 각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을 열어 자기표현을 함으로써 스스로 주체가 되는 글쓰기이다. 또한 여성의 주체적 시각으로 여성 고유의 특성인 여성성을 포착해 드러내며, 새로운 문체의 시도와 정립을 통해 기존 문학 언어를 자극하고 변화시키고 있다. 나혜석은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진정한 여성해방, 인간 해방을 이루는 데 일조하였다. 그녀의 글쓰기야말로 ‘여성적 글쓰기’로서 선구적이며, 훌륭한 전범을 보여주었다.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look into Na Hye Seok’s feminine writing. Feminine writing, a concept derived from feminism literary criticism, is a way of writing which reveals the essence of femininity, while objecting to women being treated as deficient outsiders of male-dominated society. Na Hye Seok's feminine writing is initiallyfor the female readers and also its meaning can be found in sharing and soliciting public understanding of the unique experiences of women and in objectifying problems of women. Her feminine writing is characterized by assertion of women's rights, criticism on sexual discrimination, criticism on the falseness of motherhood experience, criticism on the male-dominance when divorce occurs. To explain the aspects of feminine writing in Na Hye Seok’s work, theories from the following works have been referred to: 『Feminist Criticism in the Wilderness』(1981) by Elaine Showalter, 『Revolution in Poetic Language』(1974) by Julia Kristeva who is a prominent French feminist, 『Le rire de la meduse/ Sorties』(1975) by Helene Cixous, 『Speculum de l'auter femme』(1974) by Luce Irigaray and 『Korean Feminism Novels and Feminism』(1988) by Kim Mi Hyun. This thesis analyzed Na Hye Seok's works based on the characteristics of feminine writing, which are feministic writing, autobiographical writing, writing with one's body and confessional writing. First, in feministic writing, assertions as a feminist about sexual discrimination experiences in a patriarchal society are expressed. 「Ideal Lady」, the very first dissertation persisting in modern feminism, attracted a lot of attention by emphasizing the equality of the sexes. Secondly, autobiographical writing is based on experience and in it inner psychology and self-conflicts are adequately contained. In「Kyung Hee」, Na Hye Seok expressed women’s liberation ideas by becoming conscious of the fact that she, herself is the subject of marriage and by gaining her identity. Thirdly, writing with the body is a style of writing which is based on physical experiences. The uniqueness in such experiences like pregnancy and giving birth is the source for the writing. In 「The impressions of being a mother」, pregnancy and giving birth is chosen as a subject of matter to proclaim, through the physical space of women, the falseness in the commom ideas of motherhood. Fourthly, in confessional writing, inner emotions, sentiments and secrets are revealed through the method of confession. In 「Confessions of a Divorce」, Na Hye Seok confessed her divorce and criticized the intolerance of male-dominated society. Also she tried to achieve individual liberation from moral restraints. Feminine writing of Na Hye Seok's, isn't just a style or a form of literature, it's a strategy for resisting the facing suppression of women and for pursuing liberation. Feminine writing overcomes linguistic alienation of women, leaps over the disunion between public-self and private-self and makes you open your mouth to express yourself, letting you become the subject. In addition, feminine writing has significance in the fact that change and stimulation has been brought about to the existing literary language through the attempt of creating and establishing a new literary st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