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래 시의 수사학적 특성 연구
- Alternative Title
- A study of rhetorical properties of Park Yong-rae's poem : Focused on metaphor and metonymy
- Abstract
- 이 연구에서는 수사학적 측면의 ‘비유’를 통해 박용래 시인의 시세계와 의식의 지향점을 고찰하였다. 비유는 단순한 일탈적인 언어사용이 아니라 인간 의식의 심층을 드러내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박용래 시의 비유에 대해 고찰한다는 것은 그의 시세계의 기저층을 탐색하는 작업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박용래 시의 비유 속에 숨겨진 그의 시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시인과의 조화로운 울림의 상태를 상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에서는 시인의 시세계를 읽는 데 있어 비유의 핵심인 은유와 환유의 두 양상을 중심으로 그의 시세계를 이해하는 기본연구의 태도로 삼았다. 비유가 시인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기본 토대이면서 그 표현방법이 특수한 구성 원칙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러한 특수한 구성 원칙들은 어떤 것이며 그것이 어떤 의미로 나타나는가에 대한 해명이 시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사성에 바탕을 둔 은유는 유추적 상상력을 통해 기호 너머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수사학이다. 하나의 기호를 통해 또 다른 세계, 언어 이전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따라서 대화를 통한 총체성 동일성을 추구한다. 이와 같은 은유적 상상력은 박용래의 시에서 그가 언어를 통해 초월적 기의를 만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눈(물), 꽃, 빛, 바람” 등은 박용래 시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들이다. 그는 이런 작은 사물 하나를 제대로 노래하여 온 우주를 노래하고자 하였다. 자연이 창조하는 생성과 소멸, 영원과 찰나는 서로 영향을 주며 나아가 하나의 운명, 하나의 질서 속에 움직이는 것이다. 즉 이들은 모두 생성과 소멸이 각기 다른 생명체로 존재하면서 유형무형의 것들이 총체적 운명체로 파악되는 한 질서 속에 순환하는 것이다. 그래서 꽃이 지는 것은 그것 자체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 떨어져 되돌아오는 되찾음이다. 결국 그의 시에 존재하는 낡은 것, 사라져가는 것은 작은 시공간을 넘어 우주적 세계로 전환되어 영원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현실 도피적인 삶을 살며 순수만을 꿈꾸는 시인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현실을 목격하면서 시 구절 사이에 사회와 인생을 새기기도 한다. 그는 전후의 상황과 산업화의 문제성을 제기하고 고발하기 위해 사물과 세계를 타자화하여 시대의 단절감을 보여주는 등 현실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문학적 표현양식으로 거리두기 기법을 사용하여 언어 체계 안에서의 여러 가지 실험을 하게 된다. 이는 환유적 상상력으로 설명될 수 있다.
환유는 기호가 본질이나 실체, 기원을 지칭하지 못한다는 데 자리 잡는다. 인접성의 사유는 곧 본질로 진입하지 못하는 사유이다. 그러므로 내면세계에 집착하거나 대화가 상실된 독백의 시학으로 구현된다. 이와 같은 환유적 상상력은 박용래의 시에서 현재를 매개로한 공간적 인접성과 일화, 영화적 요소의 개입으로 인한 산문성에 연결될 수 있다. 공간적 인접성이나 산문성의 구조는 주체의 인식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사물의 표면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주체와 객체 사이의 거리감이 형성된다. 이러한 거리감은 개별화되고 파편화되어가는 현실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한 그만의 기법이며, 현실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바탕으로 한 역사의식과 연관관계를 형성한다. 전후의 혼란과 물질화에 경도된 통각(痛覺)의 시대를 살면서 그 문제성을 제기하고 고발하기 위해 문학적 표현양식으로 독백의 시학으로 대표되는 환유의 형태를 선택하여 실험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표현하는 모든 사물들은 환유주의자들이 보는 것처럼 완전히 파편화되고 해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물들은 각자 스스로 작은 중심을 이루면서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점은 그가 은유적 동일성에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그가 추구하는 환유적 상상력은 일상의 참담한 현실을 벗어나 아름다운 현실을 만들어보고자 한 것으로 현실의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개선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또 다른 표현방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그가 그리는 세계는 혼란스럽고 추악한 부조리의 현실세계가 아니라, 그것을 초월하는 낙원의 세계로 연결된다. 그가 지향하는 낙원은 신비성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과 깊이 접맥되면서 보다 고차원적인 현실반영의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적 특색은 그 문학사적 성과는 물론 서정시의 위상과 역할의 재정립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부각되는 현 시점의 우리에게도 우리시의 미래를 새롭게 여는 문학적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볼 때 박용래는 당대의 누구보다 엄격한 장인정신으로 서정시의 서정시다움에 대해 골몰히 생각하고 그 창작방법을 모색했던 시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문명화, 산업화에 따라 본질보다는 현상이, 정신보다는 물질이 더욱 부상하는 시대 속에서, 시 속의 주체가 아닌 타자화된 상태로 ‘바라봄’만을 추구하는 환유적 자유를 도모하기도 하나, 이러한 형식은 결국 자연의 끊임없는 자기 반복성, 곧 회귀성이 영원한 생명을 지향하는 동일성(向日性)이라는 은유적 세계관 속에 스며들어 있다. 이를 통해 박용래에게 있어 서정성의 문제는 단순한 수사학적 장치나 방법론적 문제가 아니라 그가 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세계관의 문제였음을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본 연구는 박용래의 시적 표현방법과 시의 의미를 살펴 시인의 세계관을 밝히며 이전에 보지 못한 면을 새롭게 시도해 보았다. 박용래의 시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주로 내용을 중심으로 한 시의 의미에 치중하거나 지나치게 전기적인 요소에 의존하여 해석되고 있으며, 시의 형식적 측면, 특히 비유구조의 측면을 다룸에 있어서도 대부분 은유 쪽으로 기울어 있고 환유를 함께 다룬 논의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연구는 박용래의 전체 생애에 밀착하여 시세계의 지속과 변화를 통시적 차원에서 살폈으며, 아울러 그의 일련의 시편들이 보이는 거리두기의 기법을 통해 환유라는 시적 전위성을 새롭게 의미 부여했다. 이러한 해석은 어느 한 시기만을 중심으로 고정시키는 배타적인 연구를 지양하고 시인의 전기적 요소에 밀착하여 그의 시를 전체적으로 통시적으로 검토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둔다. 다만 박용래 시의 수사학적 특징을 야콥슨의 이론에만 입각하여 한정적으로 서술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향후 박용래의 시에 대한 수사학적 연구는 전통수사학에서 최근 인지언어학까지의 범위를 폭넓게 바라보는 시각에서 연구될 수 있음을 기대해 본다.
Park Yong-rae started his literary career through 『Hyundae Munhak』, a monthly literature magazine, in 1955, with his works -「A Song of Autumn」,「Yellow Land」 and 「The Earth」 - recommended by Park Doo-jin. After his debut, Park published his first poetry collection,『Sleet』 in 1969, followed by the second, 『Foxtail』and the third,『White-haired Flower Stalk』, in 1975 and 1979, respectively. After his death, the complete edition of poetry works, 『Distant Sea』 and an essay collection, 『If our blue love opens as grass blossom 』 came out in 1984. His 160 poems in 4 volumes aren't a big production considering his working period.
Park's start in 1955 could be a turning point for the poetical circle in Korea. Literary men-Writers who experienced the Korean War sought a different style in order to overcome the fear and despair, which became important factors in bringing toegether a new literary circle. In fact, there were two poetical circles: a traditional 《Chongrokpa》and a modern 《Hubangi》school. The modern poets tried to find a aesthetic way by rejecting tradition, but the traditional group accepted the old lyric and started a new one, while still keeping our national spirit.
Park inherited Korean lyricism making his debut in this period. The key words in his poems are typical Korean feelings such as tears, sorrows and sadness. Surely his style is different from Kim Sowol's essence, heartbreak, Kim Youngrang's sorrow disguised as 'Chokgi', or Hanyongun's lover in Buddist metaphysics. He built his own place in Korean lyricism by describing his life with private and controlled language.
This research focuses on his poetic direction in use of metaphor and metonymy. A metaphor is to seek the similarity on the assumption of difference. This similarity is another name for identity. The structure of identity aims at the oneness of self and the world and points to a eternal world. A metonymy aims at rejecting identity, that is, a difference or a contingency. It denies the identity or similarity. This negative cognition appears as two irreconcilable figures of self and the world and the poet's vision always remains on the surface of the subject.
Park sought a new genre crossing the two axes of metaphor and metonymy in his 『Distant Sea』. His metaphorical unity and metonymic distance are caused by modern contradiction. It strives for the same goal with different methods. His simile 'tears' for the disappeared, 'flower' for the forgotten, and 'wind, light' for the worn out exist as a goal and a motive force directing us toward the world full of life and emotion unified in metaphor. That is, he finds the possibility of soul relief through the principal of unity in metaphor in a society collapsed and blocked by capitalism.
Park expressed this desire in his poems simply without any redundancy. Also, he depicted his objects as visual and oral images not allowing involvement of the self. This could be interpreted as modernist to some. However if we look closer, his yearning and desire for the root in his poetic awareness, no one could deny him as a great traditional lyric poet in the 1950's.
- Author(s)
- 김순자
- Issued Date
- 2009
- Awarded Date
- 2009. 2
- Type
- Dissertation
- Keyword
- metaphor metonymy similarity identity adjacency
- Publisher
- 부경대학교 대학원
- URI
- https://repository.pknu.ac.kr:8443/handle/2021.oak/10717
http://pknu.dcollection.net/jsp/common/DcLoOrgPer.jsp?sItemId=000001954856
- Alternative Author(s)
- kim, Soon Ja
- Affiliation
- 부경대학교 대학원
- Department
-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 Advisor
- 조동구
- Table Of Contents
- Ⅰ. 서론 = 1
1. 문제제기와 연구의 목적 = 1
2. 선행연구 검토 = 3
3. 연구 방법과 범위 = 8
Ⅱ. 은유와 환유의 수사학적 특징 = 11
1. 은유의 수사학적 특성- 유사성 = 12
2. 환유의 수사학적 특성- 인접성 = 14
Ⅲ. 박용래 시에 나타난 은유와 환유의 양상 = 17
1. 은유의 양상 : 세계와 자아의 합일 = 17
1) 동일성 구조를 통한 자아 추구 = 17
2) 언술의 병치로 나타난 유토피아적 동경 = 29
3) 긍정적 실존과 낙원 회복에의 갈망 = 34
2. 환유의 양상 : 세계와 자아의 불화 = 40
1) 인접성 원리로 변주된 단절의식 = 40
2) 산문성으로 나타난 현실적 절망감 = 47
3) 부정적 현실에 대한 침묵과 응시 = 54
Ⅳ. 수사학적 특징으로 살펴 본 박용래의 시적 세계관 = 62
Ⅴ. 결론 = 70
참고문헌 = 73
- Degree
- Master
-
Appears in Collections:
- 대학원 > 국어국문학과
- Authorize & License
-
- Files in This Item:
-
Items in Repository are protected by copyright, with all rights reserved, unless otherwise indic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