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소설의 군중과 권력 연구

Abstract

이문열은 다양한 창작활동을 통해 이미 큰 문학적 성과를 일구었으며, 현재도 지속적으로 작가적 역량을 발휘하며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다. 이문열의 소설들이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논쟁의 한 가운데 서 있었던 것은 그의 소설이 바로 한국사회의 정치체제 속에서 드러나는 군중과 권력의 원형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한국사회에서 체제의 변화에 따른 군중과 권력의 대립은 항상 부조리한 이항대립의 구조를 보여주었다. 이문열 소설은 이런 부조리한 시대의 군중과 권력의 모습을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따라서 본 논문 연구는 이문열의 이러한 군중과 권력을 바라보는 시각이 잘 나타나 있는 그의 소설 「들소」,「칼레파 타 칼라」,「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각각의 세 작품을 중심으로 이문열 소설에서 나타나는 군중과 권력의 양상을 연구하였다. 그 연구의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Ⅱ. 군중과 권력의 이론적 개념’에서는 세 작품에 나타나는 군중과 권력의 속성을 설명하기 위해 르 봉의 ‘심리적 군중’, 카네티의 ‘권력 개념’ 그리고 지라르의 ‘희생양’을 그 이론적 준거로 삼았다. ‘Ⅲ. 이문열 소설에 나타난 권력과 군중의 양상’에서는 세 작품을「들소」→「칼레파 타 칼라」→「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수순으로 각 작품에서 나타나는 군중과 권력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았다. 「들소」는 그 시대적 배경이 힘이 주체가 되는 선사시대이므로 힘의 원리가 적용되는 구조체제에서 권력자와 군중의 대응 방식을 살펴보았다. 절대 권력을 욕망하는 ‘뱀눈’이 추구하는 권력은 힘이다. 그 힘은 원시사회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들소 사냥’이라는 매개를 통해 그 실체를 드러낸다. 이러한 ‘뱀눈’의 힘의 권력에 ‘얘기꾼’과 ‘초원의 꽃’은 권력체제에 순응적인 방식을, ‘소를 겁내는 자’는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그러나 힘이 주체가 되는 힘의 체제에서 군중들은 대체적으로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칼레파 타 칼라」에서는 자유와 합리의 민주적인 구조체제에서 권력자와 군중의 대응 방식을 살펴보았다. 민주적인 방법으로 절대 권력을 취한 티라나투스는 통제하는 압제보다는 자유와 합리를 추구하는 권력자이다. 이러한 자유와 합리의 체제에 길들여진 군중들은 자신들의 자유와 안전이 위협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테르타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자유와 안전을 권력의 압제로부터 지키기 위해 권력에 저항하는 군중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들의 미성숙한 군중의식이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뭐든지 쉽게 믿어버리는 성향으로 인해, 자신들의 조국을 스스로 파멸시켜 버리는 우매한 군중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는 힘과 지식의 이중적 구조체제에서 권력자와 군중의 대응 방식을 살펴보았다. 권력자 엄석대는 힘과 지식을 적절하게 병합한 이중적인 절대 권력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군중으로 상징되는 한병태와 아이들 역시 그 권력에 저항과 순응, 혹은 순응과 저항이라는 이중적인 대응 방식을 보여주었다. 한병태는 엄석대의 절대 권위에 도전했던 인물이지만, 결국 살아남기 위해 현실과 타협하는 세속적인 군중이다. 그리고 반 아이들은 엄석대의 힘과 지식의 이중적인 지배체제에 철저하게 순응한다. 그러나 엄석대의 권력을 능가하는 새로운 권력이 나타났을 때, 아이들은 과감하게 저항하며 돌아서는 이중적인 양상을 가진 군중이었다. 다음으로 ‘Ⅳ. 이문열 소설에 나타난 군중과 권력의 의미’에서는 이들 세 작품 속에서 공통적인 특징으로 나타나는 폭력에 의해 희생양이 된 군중과 권력자를 살펴보고, 또한 이문열이 생각하는 군중과 권력에 대한 인식태도와 그 의미를 살펴보았다. 세 작품 속의 인물들인 ‘큰 목소리’, 티라나투스, 엄석대는 군중과 권력이라는 것에 의해 희생된 희생양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큰 목소리’는 절대 권력을 욕망하는 ‘뱀눈’이 자신의 권력적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큰 목소리’를 희생양으로 선택하였다. 이는 권력에 의한 군중의 희생이다. 티라나투스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자유와 안전을 권력의 압제로부터 지키기 위해 그를 희생양으로 선택하였다. 이는 군중에 의한 권력의 희생이었다. 그리고 엄석대는 잃어버린 권력을 되찾으려는 선생님과 그 주변에서 무섭게 변절하는 아이들의 기회주의적 속성에 의해 선택된 희생양이다. 이는 군중과 새로운 권력에 의한 기존권력의 희생이었다. 따라서 이때의 이들 희생양은 인간들의 그치지 않는 욕망에 의해 희생된, 즉 만인의 폭력에 의해 희생된 인물 김현, 「증오와 폭력」, 『분석과 해석』, 문학과 지성사, 1991. 김현은 ‘만인 대 일인의 싸움’이라는 전제 속에, 만인에 의해 추방되거나, 죽게 되는 일인을 희생양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라 할 수 있었다. 본 논문의 세 작품에서 나타나는 군중의 의의를 살펴보면, 이들 소설속의 군중들은 체제의 변화와 위험을 두려워하며 안락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때문에 그들은 기존의 권력 체제가 불합리하다 할지라도 그 기존체제의 현실을 옹호하며 감수하려는 경향을 지닌다. 또 설령 군중들이 기존의 권력체제에 저항하였다 하더라도 그들은 그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지를 못한다. 이는 작품 속에서 군중들의 무지하고 나약하며 소극적인 성향 때문으로 나타난다. 이문열 소설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군중 성향은 이문열이 지니고 있는 군중의식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문열은 정치의식 과잉이 무관심보다 더 해롭다고 말한다. 그는 정치적 무관심층이 두꺼울수록 그 나라의 정치적 안정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문열의 세계관은 부당한 권력에 대한 군중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보여 진다. 본 논문에서 필자는 작품을 분석함에 있어서 이미 고정관념으로 인식되고, 고정화된 작가의 세계관은 최대한 배제하고, 작품 그 자체에서 드러나는 군중과 권력의 성향만을 연구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어느 작품이든지 그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그만의 고유한 세계관은 지울 수 없듯이, 이문열 역시 그러하다. 이문열은 이들 세 작품 속에서 군중을, 변화를 두려워하는 나약하고 무력한 존재로 치부하고 있는데, 이는 군중의 단면만을 보고 판단한 편협한 사고라고 지적할 수 있다. 만약 우리의 군중들이 체제의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락을 추구하는 성향만을 지녔다면,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정치형태를 고수한 이래 반세기 동안 우리의 많은 군중들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자유를 가지기 위해 불합리하고 부패한 권력과 싸우지 않았을 것이며, 그 결과 오늘 날과 같은 자유가 주어지기도 않았을 것이다. 이문열의 소설이 우리 문학사에서 가지는 그 탁월한 문학적 성과를 인정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만약 이문열이 군중에 대한 이런 편협한 세계관에서 계속 머물러 있다면, 그는 여전히 미래를 전망해 주지 못하는 작가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작가는 어지러운 난세에서 군중들에게 따뜻한 미래를 전망해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This study is mainly about three novels by Lee Moon Yeol, which are 「A wild ox」, 「Kalepa ta cala」, 「Our twisted hero」, focusing on the crowds and aspects of power described in the novels above. As a result of careful examination on the research work done to the novels, it has been discovered that there wasn`t enough detailed study on the reactions of a crowd when confronted by power. The relation between crowds and the power were just merely mentioned on commentaries and brief reviews. Therefore, this study is carried out on the relation of crowds and power appeared in Lee Moon Yeol`s novels with more depth and detail. The reason for choosing these three specific works is because all three of them have themes related to crowds and power. Also, the various aspects of crowds and power according to different times and settings are portrayed in the novels with excellence. To explain the characteristics of crowds and power in these three novels, this thesis has used Gustave Le Bon`s concept of psychological crowd, Canetti`s concept of power and Rene Girard`s concept of scapegoat as theoretical methods. The three novels has been dealt in the order of 「A wild ox」→「Kalepa ta cala」→「Our twisted hero」to have a look into the changes of power and crowds revealed in the works. First of all, 「A wild ox」 is set in prehistoric times, when strength was the core to everything, so it is only natural to view power and the ways of a crowd corresponding in a standpoint where strength is the main ruling principle. In this novel, `Snake-eyes` who seeks absolute power, pursues strength as a means of getting power. This strength is distinguished through wild ox hunts in a primitive society setting. To the strength of `Snake-eyes`, `Storyteller` and `Prairie Flower` was submissive, but `Fearful of the Ox` chose not to adapt to the system and took off. However, the crowd, as a whole, adjusted to strength in a power-driven organization. In 「Kalepa ta cala」, the crowd and power is viewed in a society where freedom and reason is the main principle. Tiranatus, who obtains absolute power by democratic methods, pursues freedom and reason opposed to oppression and control. The crowd, who becomes used to this society, doesn`t want their freedom and safety to be threatened. So the citizens of Atherta fight back against the oppression in order to keep the freedom and the safety. But because of their immature consciousness as a crowd, they fail to judge right from wrong and they are easily convinced. As a result, they let their own country perish. 「Our twisted hero」is set in a dual society where it is dominated by both strength and knowledge. Um Suk Dae, who is the man of power in this novel, combines strength and knowledge and shows two different sides of absolute power. Han Byung Tae and rest of the children, who symbolizes the crowd, also react to the power diversely by resisting and adapting or by adapting and resisting. Han Byung Tae defies Um Suk Dae`s absolute power, but in the end takes an yielding stand with the reality for survival. On the other hand, rest of the classmates submit themselves completely to the authority. But when another authority appears that overpowers Um Suk Dae, the children take a bold turn and resist to Um Suk Dae power, eventually showing different sides of a crowd corresponding to various types of powers. Following this, the trace of crowds and power being made scapegoats by violence, which appears in all the three novels, is described. The characters from the three novels, `Loud Voice`, Tiranatus, and Um Suk Dae, are all scapegoats sacrificed by crowd and power. `Loud Voice` is made a scapegoat by `Snake Eyes` who chose to sacrifice him to gain absolute power. This is an example of the crowd made scapegoat by power. Tiranatus sacrificed himself to keep the freedom and safety of the citizens from oppression. This is a case of power sacrificed by the crowd. Um Suk Dae is made a scapegoat by the teacher who wanted to restore his authority and by the children who turned their back on him when the right opportunity came. This is a case of pre-existing power being sacrificed by the crowd and the new power. Therefore, these scapegoats are all victims of the unceasing desire and violence of human beings. If you have a look into the significance of the crowds expressed in the three novels, they are afraid to change the current system and are not willing to risk their comfort to the dangers that might derive from the change. So, they willingly submit to the reality even though they think it`s not rational. When they did resist, they couldn`t lead the system to a right direction because they were weak minded, ignorant and feeble. The characteristics of the crowds shown in the novels portrays Lee Moon Yeol`s own thoughts of class-consciousness. Lee Moon Yeol once said that being too conscious of politics is worse than having no interest at all. He said the bigger the group who is indifferent to politics gets, the stability of politics grows. It seems that due to such views the author incapacitated people from resisting to unjust power. There is no doubt that Lee Moon Yeol`s novels have a prominent status in the history of Korean literature, but if he keeps his confined views on crowds he will not be able to give prospects as a writer. Writers, as intellectuals, should show the people the outlook of bright future during troubled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