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시에 나타난 집단적 불안의식 연구

Abstract

이 연구의 목적은 이상 시를 통해서 집단적 불안의식의 양상을 규명하는 데 있다. 개인의 심리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집단불안의 경우에는 집단과의 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상 시에 나타나는 집단적 불안의식의 양상들이 민족의 고유한 특징인 사회적 성격과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인 배경 그리고 인류학적 내력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규명해 보고자 한다. 불안의식과 관련된 이상의 연구는 주로 ① 불안의식과 공포에 관한 연구 ② 시적 주체의 내면의식과 부정의식에 관한 연구 ③ 전기적 사실에 근거한 정신분석적 연구 ④ 근대사적 의미에서의 의식 연구 ⑤ 텍스트 자체를 언어적 관점에서 정신분석한 연구로 분류할 수 있다. 이상 시의 시적 주체 의식과 정신병리학적인 현상은 일련의 선상에서 밀접한 유기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유기성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부분적으로 언급되었을 뿐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연구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상의 개인불안 속에 혼재되어 있는 집단적 불안의식을 규명하는 일은 나름대로 의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본고에서 연구하고자 하는 집단적 불안의식은 사회사적인 측면이므로, 집단지향적 관점인 사회심리학을 연구방법론으로 채택하였다. 거시적 차원에서의 집단적 불안의식의 범주는 프로이트와 융의 집단심리학에 근거하였으며 또한 이상의 개인적 환경과 시대적 상황을 함께 고려하여 정하였다. 그리고 미시적인 차원에서의 시분석은 프로이트와 융의 집단심리학과 불안 이론을 원용하여, 심리적 현상으로서 나타나는 이상 시의 개인불안을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해명하였다. Ⅲ장에서는 Ⅱ장의 이론적 고찰을 바탕으로 검출한 ‘가계적 집단주의로 인한 혈통적 불안의식’과 ‘사회정체에 대한 부정성과 사회적 불안의식’ 그리고 ‘존재론적 공포와 원형적인 불안의식’을 이상 시를 대상으로 하여 논하였다. 먼저 이상의 시적 세계로 표출되는 혈통적 불안의식은 기층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민족의 고유한 특성인 집단주의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교적 강박증이, 집단주의 문화를 가진 조상과 이상 자신을 동일시한 데서 연유한 불안의식이라면 권력의 전복 현상은 민족이 공유한 정신적 동질성의 영향을 받아서 생긴 불안의식이다. 이 두 양상의 불안의식은 피지배자로서의 우리 민족이 지배자에 의해 말살될지 모른다는, 같은 대상에 대해 같은 관계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감정이다. 혈통적 불안의식은 작게는 한 가계, 크게는 한 나라를 포괄하는 신경증적 불안이다. 그리고 사회 정체의 부정성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의식은 두 개의 가족과 나라를 가진 사회역할자로서의 정신적 무게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증상들은 페르소나와 역사적 이데올로기를 통해서 표출된다. 이상은 페르소나에는 존재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새로운 정체성을 구현하려는 갈망이 내재되어 있다. 정체성을 구현하려는 이상의 갈망은 도덕적 불안을 일으켜 자기멸시에 이르게 할 뿐만 아니라 부정적 역사에 대한 증오와 함께 집단의 윤리을 인식하게 하는 양가적 감정의 근거가 된다. 이상의 시를 통해 나타나는 신경증적 불안과 도덕적 불안은 국가의 부재로 인한 불안 속에서 형성된 집단적 불안의식의 한 양상이다. 마지막으로 원형적 불안의식은 현실적 고통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이상의 사회적 자아를 드러낸 부분이다. 공동체적 자아로서 나타나는 속죄양의식은 이상의 시에서 정신적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의 불일치, 생물학적 시간의 해체 등의 상징적 살해를 통해서 드러난다. 이상 시에서 유토피아의식은 시간적인 차원으로 표출된다. 이러한 원형적 불안의식은 존재론적 공포에 직면해 있는 현실과 이상의 무의식적인 내부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1930년대의 암울한 현실과 이상 개인의 어려운 상황이 본능 속에 내재되어 있는 원형적 페르소나를 의식 밖으로 끌어낸 것이다. 이상 시에서 원형적 불안의식은 이상의 개성적 자아와 시대와의 타협적 소산물이다. Ⅲ장에서 분석한 연구들을 토대로 한 이상 시에 나타난 집단불안의식의 문학(시)사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이제까지 개인적인 자의식으로만 해석되어 온 이상의 불안의식에서 사회적 자의식을 해명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민족의 가치관으로 굳어온 정신적인 동질성이 시대적 상황과 이상의 개인적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일제시대만의 독특한 불안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또한 이상의 불안을 통해서 피지배 민족으로서 정신적 무게와 이중적 역할자로서의 고통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집단적 불안의식은 단절된 역사의 한 시점에서 조명되었다는 점에서 시대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iscover aspects of collective consciousness of angst in Lee Sang’s poem. The social character, a traditional feature of Koreans, the background of the times under the occupation of Japan and the aspects of collective consciousness of angst formed in a relation to anthropological history will be studied. Collective consciousness of angst emerges as either an aspect of a collective psychological defense or an individual psychological defense. The latter can be regarded as collective consciousness of angst if only given a clear connection to a group. In Lee Sang’s poem, poetic subjectivity is closely connected to psychopathologic phenomena. This relevance has been mentioned partly in an individual level rather than in a social level. Thus, collective consciousness of angst mixed in Lee Sang’s own anxiety deserves to be examined. This study is to cover collective consciousness of angst in a social level, so social psychology, a group-oriented view, is adopted as study methodology. The category of collective consciousness of angst in a comprehensive view is based on group psychology of Jung and Freud, and Lee Sang's personal situation and phases of the times. In a microscopic view, moreover, personal anxiety in his poetry is analyzed in a relation to a society, adopting anxiety theory of Jung and Freud. ‘Lineal-descent consciousness of angst caused by family collectivism’, ‘negative social identity and social consciousness of angst’, and ‘existential fear and prototypical consciousness of angst’ which are from the theoretical study in chapter Ⅱ are discussed in chapter Ⅲ. Lineal-descent consciousness of angst in a poetic world of Lee Sang originates from Koreans’ unique culture of collectivism descending for generations. It emerges as an obsession of Confucian values and an overthrow of symbolical power. Both of them are the consciousness of angst with the thought that Korean people as subjects may be obliterated by rulers. Lineal-descent consciousness of angst is neurotic anxiety, which includes from a small family line to a country. Moreover, social consciousness of angst caused by negation on a social identity is derived from spiritual weight of a social member having two families and countries. In Lee Sang’s poem, moral anxiety and neurotic anxiety expressed through persona and historical ideology are aspects of collective consciousness of angst due to the absence of a country. Finally, prototypical consciousness of angst is prototypical persona that is taken out from his instinct into consciousness by gloomy reality and Lee Sang’s tough situation in 1930s. This communal identity in Lee Sang’s poem is expressed with scapegoat consciousness causing symbolic murder, and utopian consciousness. Prototypical consciousness that is closely connected to the reality confronted with existential fear and Lee Sang’s unconscious internal structure is an outcome of the compromise between Lee Sang’s self and the times. In the view of literary history, collective consciousness of angst based on the study of chapter Ⅲ means as follows. It draws social self-consciousness out of Lee Sang’s consciousness of angst which has been interpreted only as personal self-consciousness. It also shows unique aspects of consciousness of angst under the control of Japan through the interaction between mental homo geneity, a national value, and Lee Sang’s situation and phases of the times. Moreover, the subjects' spiritual weight and anguish of people having double roles can be analogized from Lee Sang’s anxiety. This collective consciousness of angst has significance in a periodic history in that it is lightened at the point of a disconnected history.